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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표준시' 변경한 북한…한국은 못 바꾸나?

입력 2015-08-10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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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표준시 변경 문제. 이른바 일제 잔재를 없앤다는 차원에서 일본을 지나는 표준자오선, 그러니까 표준시의 기준이 되는 선을 쓰지 않고 대신 한반도를 지나는 선을 쓰기로 했다, 이런 얘기인데.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는 그렇게 안 해 왔는지에 대해서도 의문도 생기고요. 그런 논의가 전혀 없었는가 하는 점도 궁금하고 그렇습니다. 오늘(10일) 팩트체크에서 이 문제를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일단 일본과 같은 표준시를 쓰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기준이 좋지 않다 하는 반응도 있죠?

[기자]

예, 그렇습니다. 한 가지 먼저 보여드릴 게 있는데요.

이게 바로 조선시대의 해시계인 앙부일구입니다. 세종시대 때 만들어진 거죠.

해가 중천에 떠서 그래서 이제 바늘이 가운데를 정확히 가리키게 되면 오시, 그러니까 정오인 건데요. 만약에 이때 손목시계를 꺼내서 보게 된다고 그러면 낮 12시 정각이 아니라 12시 30분이 됩니다.

그렇다면 이 해시계가 틀린 거냐, 하면 그게 아니고 우리 시간 기준으로 삼는 표준자오선이 한반도에서 한참 떨어진 일본 열도 중심부를 지나는 동경 135도선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오차를 없애려면 서울을 지나는 127도로 맞춰야 하는 건데, 북에서 이번에 127.5도를 기준으로 바꾸면서 시간을 30분 늦추겠다고 하니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 겁니다.

실제 시청자 이수진 씨를 비롯해 팩트체크에서 짚어달라는 의견도 많이 들어왔습니다.

[앵커]

그렇습니까? 그런데 굳이 그러면 처음에 왜 135도 선을 썼던 걸까요?

[기자]

역사를 좀 필요가 있는데요. 표준시는 1884년 만국지도회의에서 처음 정해졌는데,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를 지나는 경선을 본초자오선, 0도로 정해 옆으로 15도 갈 때마다 한 시간씩 시차를 둬 표준시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이 15도 선에 걸치지 않고 그 안에 쏙 들어가는 나라도 있겠죠?

[앵커]

우리가 아주 대표적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 경우 분 단위까지 시차가 나면 너무 복잡하니까 오른쪽이나 왼쪽 선을 끌어다 썼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한제국 때는 127.5도를 썼는데, 일제가 135도선으로 자신들과 통일을 시켰고, 해방 이후엔 이를 다시 돌려놨다가 1961년 박정희 군사정권 때 지금의 135도로 재조정했습니다.

국제관례에 따르고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효율적인 군사작전을 위해서라고 했는데, 당시 독립운동가인 이희승 교수는 "일본의 표준시에 흡수된 거다. 도저히 찬성할 수 없다"는 내용의 신문 기고를 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우리가 저 127.5도선을 안 썼던 건 아니군요. (그렇습니다) 과거에 몇 차례 쓰기는 썼다는 그런 얘기인데. 해외여행할 때 시간 단위로 시계 조정하는 게 한 시간 단위로 하면 그래도 조금 편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북한처럼 이렇게 30분 단위로 내는 곳이 있겠습니까?

[기자]

네, 있기는 있습니다. 이란과 인도, 미얀마, 남태평양 섬들 이렇게 10개 나라 정도가 30분 시차가 나는 표준시를 사용하고 있는데, 각자 배경은 다릅니다.

인도의 경우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하면서 일부러 30분 엇박자를 뒀습니다. 그리고 네팔은 접경국인 인도에 예속되기 싫다며 이보다 15분 표준시를 당겼습니다.

[앵커]

이게 정치적인 이유도 또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건 예외적이고 현재 전 세계 95% 이상의 나라가 한 시간 단위의 표준시를 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앵커]

우리도 표준시를 바꾸자는 의견이 없는 건 아닌데 정부 의견은 어떻습니까?

[기자]

2013년에 우리 국회에서도 표준시를 127.5도로 하자는 법안이 나온 적 있습니다. 발의가 됐고요, 지금 계류중이긴 한데요.

그때 입법조사처에서 부처별 입장을 들어봤더니 대부분 부정적이었고 그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다른 나라와 시차 환산이 복잡해진다. 그래서 경제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거고요. 둘째 북한이 135도를 쓰고 있으니 한반도에 서로 다른 시간대 존재하는 문제가 생긴다.

[앵커]

이건 이제 필요 없는 얘기가 돼버렸고.

[기자]

셋째, 과거 127.5도로 변경할 때 유엔군 사령부가 군사 작전상 이유로 적극적으로 반대했었다는 거였습니다.

지금 보면 상황이 좀 달라진 셈인데 현재 정부 입장 어떤지 들어봤습니다.

[최광기 사무관/미래부 거대공공연구정책과 : 통신이라든가 금융이라든가 항공. 이렇게 시간을 쓰는 기관들 있지 않습니까. 그런 분야에서의 시간 정보가 변경돼서 추가적인 비용이라든가. 30분 단위로 하다 보니까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저희 입장입니다.]

[앵커]

여전히 좀 부정적인 것 같습니다. 지금 이 화면에는 안 나오고 있습니다마는 전 세계를 15도 이렇게 나눴잖아요. 1시간씩 바뀔 때. 그런데 우리가 135도를 이제 동경 기준시를 쓴 것이고 북한은 15도 빼면 120도인데 그 중간인 127.5도를 썼단 말이죠. 우리는 그럼 아예 그보다 더 이쪽으로 가서 한 시간 앞당겨서 120도를 쓰는 건 어떨까요?

[기자]

저도 그 부분 궁금해서 확인해봤는데요.

유럽에는 작은 나라들이 모여 있다 보니까 특히 다른 나라의 표준자오선을 가져다 쓰는 곳이 많은데, 보시는 것처럼 독일, 프랑스, 멀게는 심지어 스페인까지 동쪽 15도선을 가져다 쓰고 있습니다.

정치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시간을 늦추는 것보다 앞당겨 써야 아침이 빨라져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그러니까 서머타임제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인데요.

그래서 우리 경우 중국 쪽 120도선을 쓰는 것은 논의선상에 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표준연구원 유대혁 시간센터장도 "우리가 일본표준시를 쓰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가 선택한 표준자오선 동경 135도가 우연히 일본을 지나는 것뿐"이라고 했습니다.

[앵커]

아무튼 시간대를 정하는 건 굉장히 좀 복잡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하여간 여러 가지 의견이 교차가 되는데 오늘 다 쭉 팩트체크를 해 봤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여기까지 진행하죠.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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